요즘 AI 얘기를 안 하는 곳이 없다.
마케팅 미팅에서도,
업계 모임에서도,
점심 자리에서도.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꽤 오랫동안 이 흐름을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었다.
패션 이커머스 현장에서 20년 가까이 일해왔고,
세일즈·마케팅·웹디자인까지 직접 챙기다 보니
늘 당장 돌아가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AI는 언젠가 제대로 공부해야지,
하면서 미뤄왔던 게 사실이다.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최근 AI를 무기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한 테크 창업가의 인터뷰를 봤다.
그분이 한 말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CEO든, 의사든, 변호사든 — AI 앞에서는 다 1학년이야."
AI를 어떻게 쓰고 있냐는 게 핵심이었다.
검색으로 쓰는 사람,
교정 도구로 쓰는 사람,
자동화에 쓰는 사람.
그런데 그분이 던진 질문은 달랐다.
AI를 선생님으로 쓰고 있냐고.
내가 쓰는 AI가 나의 수준을 대변한다
이 문장이 좀 따끔했다.
같은 구독료를 내고도
누군가는 AI에서 논문 수준의 인사이트를 뽑아내고,
누군가는 "가까운 병원에 가세요" 수준의 답변만 받는다.
그 차이는 AI의 문제가 아니다.
질문하는 사람의 수준과
컨텍스트의 차이다.
패션 이커머스 현장에 대입해보면 바로 와닿는다.
나는 지금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나.
상품 설명 문구를 다듬어달라고 하는가,
아니면 타겟 고객 페르소나를 기반으로
시즌 세일즈 전략의 구조를 함께 짜고 있는가.
AI는 내가 넣어주는 컨텍스트만큼 답해준다.
내가 깊이 생각한 만큼만
AI도 깊어진다는 뜻이다.

한 달이 1년처럼 흘러가는 시대
그 인터뷰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또 있다.
예전엔 1년이 1년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2주가 1년처럼 느껴진다고.
AI 개발을 이제 사람이 아니라 AI가 하기 때문에
우리의 시간 단위와 완전히 다른 속도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이커머스 현장도 정확히 그렇다.
작년과 올해의 소비자 행동이 다르고,
검색 트래픽 구조가 다르고,
광고 알고리즘이 다르다.
가만히 서 있으면 퇴화다.
업계 평균을 따라가면 유지다.
그 끝점에서 먼저 생각하는 사람만이 진화한다.
지금 내가 실험하는 것들
AI 역량에 패션 이커머스 20년 현장 경험을 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시즌 기획 보고서를 쓸 때
AI에게 단순히 초안을 맡기는 게 아니라,
목표와 컨텍스트를 정밀하게 설정하고
결과물을 반복해서 개선하는 루프를 돌린다.
광고 카피 하나도
"더 좋게 써줘"가 아니라,
타겟 고객의 구매 심리와
경쟁 브랜드 포지셔닝을 컨텍스트로 넣고
구조부터 함께 설계한다.
아직 실험 중이고,
매일 실패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의 서툰 시도들이 쌓여야
나중에 제대로 쓸 수 있게 된다.

늦지 않았다
AI를 잘 쓰는 사람도
사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먼저 간 사람과 나의 차이는
출발 시점이 아니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다.
패션 이커머스라는 현장은 변화가 빠른 곳이다.
그 변화의 속도에 AI가 더해지면 더 빨라질 뿐이다.
나는 이 흐름을 구경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실험하고 기록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같은 이유로 이 블로그를 계속 쓴다.
멋진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운 것들을
그대로 옮기는 공간으로.
결국
아직 1학년이다.
그래도 괜찮다.
중요한 건
지금 앉아서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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